에밀 신클레어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오르간 소리에 이끌린다. 이끄는 황홀함에 교회 벽에 귀를 대고 피스토리우스가 연습하는 소리를 감상한다. 이 환상적인 오르간 음악에 넋을 빼앗기는 것이 에밀의 일상이 되었다.
헤르만 헷세는 그의 소설 '데미안'에서 실패한 신학생 피스토리우스의 오르간 연습곡목 중 븍스테후데의 파사칼리아를 소개하였다. 17세기 독일 바로크 음악의 대표적인 거장 중 한 사람인 디트리히 북스테후데는 교회음악, 그리고 오르간 음악에 가장 중요한 작곡가라 할 수 있다.
북스테후데가 있어 바흐가 나올 수 있었다라고도 할 수 있다. 바흐의 음악을 완벽한 커팅으로 완성된 다이아몬드라고 한다면 북스테후데의 작품은 대패질과 칠을 되도록 덜하여 원목의 옹이와 비틀림을 그대로 살린 느낌이라고 하고 싶다. 바흐는 이 선배 대가를 한번 만나보려 450km를 걸어서 뤼벡까지 갔다고 한다.
헷세가 '새로 태어나려 알을 깨고 나오려는' 에밀의 발길을 멈추게 만든 음악으로, 새시대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바흐의 음악이 아닌, '덜 사랑받는' 발전도상의 곡을 소개한 것은 성장 시기를 보내고 있는 에밀을 그리는, 다분히 의도적인 듯 보인다.
파사칼리아는 북스테후데의 in d minor (BuxWV 161)에 의해서 중요 음악형식으로 자리잡게 된다. '샤콘느'와 매우 유사한 음악형식인 '파사칼리아'는 ostinato 형식의 일종이다. 오스티나토는 '고집스럽게, 집요하게' 등의 의미로 음악에서는 같은 부분을 고집스럽게 반복하는 기법이다. 오스티나토 중 파사칼리아는 바쏘-오스티나토라고 분류되며 저음의 한 부분을 반복한다. 이러한 점에서 샤콘느와 혼용되거나 혼동된다.
반복은 천재 음악가들은 필수로 발휘하는 음악기법이자 필수 요소이다. 그 위에 무한대의 변화를 쌓아간다. 이들이 천재성을 발휘하는 것은 자신의 무한한 능력을 일반인들이 귀 기울여 즐길 수 있을 만큼만 제한적으로 작곡한다는데 있다. 반복. 나왔던 음악이 다시 나오는 것. 아는 부분이 다시 나오는 것. 다시 나올 때 변화를 느끼게 하는 것. 천재가 숨겨놓은 이런 변화무쌍한 반복들을 찾아내는 것은 음악 감상에서 놓칠 수 없는 큰 기쁨이다.
북스테후데가 17세기 바로크 교회음악의 절정가도를 이끌어갔음을 이 '파사칼리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시대는 오르간 음악의 절정이자 오르간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시기이기도 했다. 북스테후데도 오르간 제작에 큰 공헌을 하였고 다른 주요 작곡가들도 새로운 악기 제작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에 당연히 감상의 중요 포인트 중 하나는 연주악기를 확인하는 일이다. 오늘날 각 분야에서 원전악기 그대로 연주해보려는 시도가 많듯 오르간도 보존된 바로크 악기로 연주한 것을 감상하는 것은 바로크음악 감상에서 아주 중요한 기본 포인트요, 또한 새로운 기술로 설치된 오르간의 역량과 차이를 감상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북스테후데 전성기에 제작된 함부르크의 성 야코비 교회 오르간은 대표적인 독일 바로크 오르간이다. 이 오르간의 외형적인 아름다움과 뿜어내는 바로크 음악의 화려장대함은 다른 소리들과 비교될 수 없을 것이다.
450km를 걸어와 경탄하며 감동한 바흐의 느낌을 공감할 수 있는 북스테후데의 파사칼리아에서 찾아보기 바란다.
출처: 아시아타임즈,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5020450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