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26682
작성일
2025.05.27
수정일
2025.05.27
작성자
신문사
조회수
38

[오피니언] 채울 수 없는 상실의 이름, 펫로스 증후군

채울 수 없는 상실의 이름, 펫로스 증후군 첨부 이미지

 상실은 때로 우리의 삶을 예고없이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사물, 기회 등이 대부분이지만 노력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상실이 있다면 존재의 부재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래 살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필연적으로 사랑하게 되는 존재들이 있다. 바로 반려동물이다. 우리는 말 못하는 동물 아니, 오히려 말이 통하지 않기에 그들과 더욱 깊은 유대가 쌓인다. 말 대신 눈빛과 체온으로, 존재로서 서로를 위로하던 시간들. 그 시간이 끝났을 때 남겨진 존재는 너무 많은 시간과 감정 속에 잠긴다.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은 바로 그 고요하고 질긴 상실의 다른 이름이다.

 반려동물과의 이별 이후 찾아오는 깊은 슬픔, 죄책감, 우울, 외로움 등 복합적인 상실의 증상은 때로 인간의 죽음에 준하는 심리적 충격을 동반한다. 펫로스 증후군은 단순히 잠시 다녀가는 감정의 반응이 아니다. 정신의학적으로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유사한 양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질적이고 깊은 고통이다.

 2024년 기준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국내 가구는 전체의 4분의 1을 넘는다. 수치상으로는 1500만 반려인 시대다. 가족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가까이 지낸 존재를 잃고 난 뒤의 세상은, 너무 조용하고 공허하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은 “내가 좀 더 잘해줬더라면.”과 같은 자책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 죄책감은 수면장애, 식욕 저하, 집중력 저하, 심지어 자존감 붕괴로 이어지며 일상을 무너뜨린다.

 “주어가 분명 다른 말인데도 ‘움직이지 않아요’, ‘멈췄어’라는 말만 들으면 가슴이 내려앉더라구요.” 한 반려인은 이렇게 말했다. 반려동물이 숨을 거두던 그 순간의 기억이 계속해서 일상에 침입하는 것이다. 마치 다시 그 시간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반복적으로 그 장면을 떠올리는 플래시백 현상이다. 플래시백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부재를 인정하지 못하는 마음의 방어기제일 수 있다. 상실이 머무른 자리에 새 살이 돋는게 아니라 덧나고 마는 것이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부정하는 경우도 흔하게 나타난다. 단순히 살아있다고 믿는 것이 아닌 죽었음을 머리로 인지하고 있음에도 매 순간 그들의 존재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 애 보내고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이 아이까지 보내면 저는 무너질 것 같아요.”라며 미리 슬퍼하는 이도 있다. 슬픔이 반복될지언정, 그 무게는 결코 가벼워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펫로스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억지로 잊으려 하지 않아야 한다고. 충분히 슬퍼하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반려동물과의 기억을 존중하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라고. 미국수의사협회가 제안하는 펫로스 증후군 극복 방법은 다음과 같다. 

 

 반려동물이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슬픔을 충분히 느끼기. 추억을 회상하기. 의미를 되새기기.감정을 타인과 나누기.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 것'이다.

 

 

 펫로스는 특별하거나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당연히 사랑했던 만큼 아픈 것. 그 감정을 부끄러워하지 않길 바란다. 주변에 그런 이들이 있다면, 서툰 위로보다 침묵으로 곁을 내어주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당신이 위로하고자 했던 말이 의도와 달리 날카로운 비수가 되는 건 마음 아픈 일이다. 여전히 온기를 기억한다. 차가운 유골함은 그리움을 다 담아내기엔 너무 작다. 억지로 극복하지 않기로 했다. 이 슬픔조차 너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슬픔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펫로스는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다. 그저 진심을 다해 사랑했기 때문에 감당해야만 하는 이별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많은 작별을 한다. 하지만 이들과의 이별은 유난히 조용하고, 더욱 외롭다. ‘잘 지내’라는 말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이 존재는 여전히 누군가의 일부다. 그러니 펫로스를 유난이 아닌 ‘존재를 향한 사랑의 증거’로 기억해주길 바란다. 반려동물을 사랑했던 우리가, 그만큼 깊이 아파하는 것도 너무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그 상실감도 존중받아야 하는 때이다. 


작성자: 임유진 기자

담당자: 홍숙영 대외협력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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